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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1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와 신원보증인의 책임
첨부화일
: 없음
89.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와 신원보증인의 책임
문 ● 저는 2003년 4월 20일 21:30경 A경찰서 교통사고처리계 사무실에서, 음주운전으로 현행범 체포된 갑이 을의 인적사항을 모용하면서 타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관에게 갑의 신원을 보증하였습니다. 저는 갑의 신원을 보증하면서 평소 외우고 다니던 병의 주민등록번호 및 허위의 주소 등을 신원보증서에 기재하였고, 같은 날 23:30경 갑이 석방되도록 하였습니다. 경찰에서는 저를 범인도피죄로 입건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저는 범인도피죄가 되는가요?
답 ● (1)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귀하의 경우 범인도피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귀하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였다기보다는 단지 갑이 타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이를 묵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범인도피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피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신원보증이라는 것이 현재 사안이 경미하여 어차피 석방할 피의자에 대하여 향후 수사나 재판에 출석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피의자와 가까운 사람의 연락처를 남기는 정도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그것이 석방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거나 어떠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3) 귀하의 신원보증행위와 갑의 도피행위 간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으며, 일반인에게 범죄자를 신고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귀하가 갑의 성명 모용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고, 이를 밝혀야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4) 형법 제151조 소정의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수단과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범인도피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합니다.
(5) 그러나 형법 제151조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기관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그 자체로는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어떤 행위의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고 도피할 수 있게 한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6) 원래 수사기관은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 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입니다.
(7) 수사절차에서 작성되는 신원보증서는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의 신분, 직업 주거 등을 보증하고, 향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출석요구에 사실상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피의자나 신원보증인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줌으로써 수사기관이나 재판정에의 출석 또는 형 집행 등 형사사법절차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에 불과하여 보증인에게 법적으로 진실한 서류를 작성·제출할 의무가 부과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신원보증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보증인이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망한 결과 피의자를 석방하게 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만으로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태도입니다(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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